[부르면 달려오는 초단기 자금 콜금리?]
앞서 우리가 살펴본 금리 9가지 중 마지막에 위치한 콜금리, 리보금리에 대해 한 번 더 보려고 한다.
콜금리는 ‘콜(초단기 자금)에 대한 금리’이다. 영어로는 call rate로 표기한다. 이 표현은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콩글리시이다.
그럼 ‘콜’은 무엇일까? 은행도 일시적으로 돈이 부족할 때는 자금 여유가 있는 다른 은행에서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다. 돈을 빌리는 기간은 대개 하루나 이틀 정도로 초단기이다. 이 같은 은행 간 자금거래는 대개 중개역할을 하는 단자회사가 중개수수료를 받고 도와준다. 이렇게 초단기 자금을 요청하는 것, 또는 이러한 초단기 자금을 콜이라고 하며, 여기에 붙는 금리가 바로 콜금리이다.
금융시장에 대한 얘기를 더 하면 금융시장은 대부 기간(돈을 빌리는 기간)에 따라 단기금융시장과 장기금융시장으로 나뉜다. 흔히 기업이 운영자금을 조달할 때는 단기금융시장에 의존하는데, 단기금융시장은 다시 콜시장과 할인시장으로 양분된다. 콜시장은 말 그대로 ‘부르면 달려오는’ 초단기에 거래되는 시장으로 앞에서 설명했듯이 은행 등 금융기관이 하루나 이틀로 초단기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이처럼 콜시장에서 자금거래가 이루어질 때 자금을 공급하는 측에서는 이를 콜론(call loan)이라고 부르고, 자금을 빌려 가는 측에서는 콜머니(call money)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콜자금에 붙는 금리가 콜금리이다.
콜금리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정책에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만일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이나 공정금리(한국은행의 대출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에 자금이 부족해지므로 콜금리가 올라가고, 한국은행이 공정금리를 낮추면 콜금리도 같이 떨어진다.
[영국 런던에서 우량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 - 리보금리!]
신문이나 방송에서 세계 경제의 동향을 전할 때 보면 리보금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리보(LIBOR)는 ‘런던 은행간금리’(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서 우량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말한다. 리보라는 단어 안에 이미 금리의 뜻이 포함되어 있지만 흔히 리보금리라고 부른다.
리보금리는 국제금융시장의 기준금리로 활용된다. 우리나라 은행이 해외에서 외화자금을 빌릴 때도 리보금리를 기준으로 삼아서 금리 조건을 결정한다. 또 국제금융시장의 단기금리 추이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사용된다.
리보금리가 국제기준금리로 자리 잡은 것은 런던 금융시장이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지로서 오랜 역사를 지녔고 규모 또한 크기 때문이다. 런던은 잉글랜드 은행(BOE)을 중심으로 한 5대 은행과 어음교환소, 다수 은행의 본점과 지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국제금융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물론 지금은 국제금융의 핵심 기능이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로 옮겨갔지만 말이다.
리보금리는 정부 – 은행 – 기업 등 외화를 빌려오는 기관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더 높은 금리(리보 + a)가 붙는다.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올 때도 흔히 리보에 금리를 몇 퍼센트 더 얹어 주는 식으로 금리를 정하는데, 이렇게 리보에 추가하는 금리를 ‘가산금리’라고 한다. 예를 들어 리보가 연 8.5%인데 실제 지급해야 하는 금리는 연 9.5%라면 그 차이인 1%가 가산금리로, 이것이 금융기관의 수수료 수입이 된다. 가산금리는 돈을 빌리는 나라의 은행 신용도가 좋으면 낮게 매겨지고, 나쁘면 높게 매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리보금리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리보금리 조작 스캔들이다. 이 사건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표적 지표인 리보금리가 조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추가조사 결과 바클레이즈은행 외 글로벌은행 13곳도 리보금리 조작 혐의로 피소되었다. 이들이 지금까지 낸 벌금만 60억달러(6조 9,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말했듯이 리보금리는 런던 은행들끼리 단기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리보금리는 대출금리, 신용카드 금리, 학자금 융자 등 금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런데 리보금리의 이 같은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 이를 다루는 이들은 극소수다. 해당 은행의 트레이더들은 이 점을 악용해, 리보금리가 낮을 때 이득을 보는 금융 상품을 계약하고 금리 담당자에게 리보금리를 낮게 공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은행은 부당이익을 챙겼다.
리보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전 세계 자금은 무려 350조달러(약 40경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리보금리가 조작돼 파문이 일자, 리보금리가 아닌 다른 금리를 사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리보는 시장에서 실제 이뤄진 거래에 기반을 둔 금리가 아니라, 은행들이 임의로 제출한 금리를 취합해서 만들어진 금리라는 점이 대표적인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 등 금융당국과 대형은행들은 대안 참고금리위원회(ARRC)를 설립해 리보금리의 대안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ARRC는 2016년 5월, 리보금리의 대안으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산출하는 하루짜리 은행 조달금리(OBFR)와 미 국채 등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레포 금리’(Treasury General Collateral Repo Rate)를 제안했다. OBFR은 150여개 미국 은행들의 자료를 기준으로 산출되므로 신뢰성이 확보된 상태이며, 레포 금리 역시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중 어떤 금리를 리보금리의 대안으로 삼을지는 아직 논의단계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 지표였던 리보금리는 조작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다.
출처: 경제상식사전
'지식함채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상식사전 ⑦ 환차익? 환차손? 선물거래?] (0) | 2022.06.04 |
---|---|
[경제상식사전 ⑥ 제1금융권? 제2금융권? 제3금융권!] (0) | 2022.06.04 |
[경제상식사전 ④ 돈의 흐름을 바꿔놓는 '금리'] (0) | 2022.06.03 |
[경제상식사전 ③ GDP?, GNP?, GNI?] (0) | 2022.06.03 |
[경제상식사전 ② 경상수지, 자본수지 ] (0) | 2022.06.03 |
댓글